‘관태기’에 빠진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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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PORT/BIG DATA

‘관태기’에 빠진 사람들

 

여러분은 얼마나 ‘혼자 내버려 두기’를 원하시나요?

 

혼밥. 혼술. 혼행. 혼자 하는 것들이 유행처럼 번지던 때가 있습니다. 처음 혼밥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했을 때만 해도 혼자 밥 먹는 것을 낯설게 쳐다보던 한국 사회는 이제 ‘혼자이기 때문에 느끼는 자유와 여유’를 십분 이해하는 듯 보입니다. 더 이상 혼밥이나 혼행이 어색하지 않고 신기하게 여기지도 않기 때문이죠. 오히려 이제 스스로 모임에 가기를 꺼려하고, 퇴근 후 실속 없는 약속을 피하지는 않으시나요?!

 

혼자 내버려 두는 게 편하시다면, 당신도 ‘관태기’ 현상을 겪고 있다는 뜻인데요, 이번 SM Big DATA에서는 혼밥, 혼술을 넘어 사람과의 관계 맺기에 지치고 불편한 ‘관태기’ 현상 대해 들여다 봅니다.

 

 

관태기 현상이란?

 

‘관태기’는 관계 + 권태기를 조합한 신조어 입니다.

새로운 인맥을 만들거나 인맥 관리를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이 지치고 피곤해, ‘관계 맺기에 권태기’가 찾아왔다는 뜻으로, 사람들이 빈번하게 언급하는 용어는 아니지만 최근의 사회관계적 움직임을 설명하기에 매우 적절한 표현입니다.

 

실제 20대 이상 성인 남녀 800여 명이 관태기에 대한 설명을 들은 후 39.1%가 본인이 관태기라고 응답했습니다. 34.1%는 새로운 인간 관계를 더 만들고 싶은 욕구가 없다고 응답했으며, 43.2%는 다수가 단순 친목 목적으로 모이는 모임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응답했습니다.

 

 

관태기 현상 이유 : 힘든 인간관계

 

관태기는 인간관계에 지친 현대인의 모습을 보여주는 현상입니다. 실제 소셜 분석을 통해 연관어를 들여다보면, 부정적 감성어가 긍정적 감성어 보다 훨씬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최근 1년 간 연관어 중 부정적인 표현은 2014년~2015년 1년 간 연관어와 비교하면 확연히 증가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직장인 4명 중 1명은 직장생활 중 ‘인간관계’가 가장 힘들다고 합니다.

 

 

주요 부정적 감성어를 살펴보면, ‘힘들다’, ‘어렵다’, ‘스트레스’ 등의 단어가 눈에 띕니다. 이를 주요 연관어 중 상위에 도출 된 ‘친구’, ‘한국’, ‘집단’, ‘자존감’ 등과 함께 생각하면 힘든 인간관계에 대한 이유가 나타납니다.
즉, 맞지 않는 사람과 공동(집단) 속에서 억지로 친하게 지내기를 강요하는 전통적 문화와 젊은 층의 가치관이 부딪히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은 농경사회에서 유교 문화를 배경으로 발전했기 때문에 공동체 의식, 집단주의 문화 및 서열주의가 인생 전반의 가치관에 뿌리 깊게 내려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몇 십 년간 급속하게 산업화되며 서구식 개인주의가 사회 전반 시스템에 적용되어 갈등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실제 삶의 방식은 개인주의가 더 적합하도록 발전하고 있지만, 전통적으로 ‘옳다고 여겨지는’ 내면적 가치관인 집단주의와 충돌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죠. 게다가 혈연, 지연, 학연을 강조했던 사회 시스템이 좀 더 합리화 되면서 지나친 인맥관리가 덜 중요해 지고 있기도 합니다.

 

 

 

‘트위터’, ‘카카오톡’,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SNS)의 영향 또한 관태기의 중요한 이유 중 하나입니다. 넓고 얕은 인간관계가 발달하면서 타인과의 접촉 빈도가 높아져 에너지를 더 많이 쏟게 된 것입니다. 실제 20세 이상 성인은 평균 10%의 지인과 편하게 연락을 주고 받는다고 합니다. 심리적 ‘친구’ 대비 10배 가량의 ‘아는 사람’과의 연락에 24시간 노출되어 있는 것이죠.

 

관태기로 인해 생기는 대안관계 : 랜선관계/ 티슈인맥

관계 맺기와 유지가 어렵고 지친 현대인들은 다루기 어렵지 않은 대상을 찾아 새로운 사회관계를 생성합니다. 다양한 ‘대안관계’가 트렌드로 떠오른 것이죠.

급속도로 퍼지는 영상 미디어, 1인 크리에이터 문화와 맞물려 피어난 ‘랜선관계’가 대표적입니다. 불편한 모임이나 약속에 나가는 대신, 현대인들은 남는 시간에 개인의 취향에 맞춰 즐거움을 주는 대상에게 애정을 쏟고 있는데요, ‘랜선조카’, ‘랜선이모’, ‘랜선집사’ 등 어색하지 않은 단어들이죠?! 또 유명 연예인의 아이나 유튜브 등 미디어에서 유명 고양이 채널을 follow 하며 영상을 즐겨보고 선물을 보내기도 합니다.

 

 

더불어 한 번 쓰고 버린다는 의미의 ‘티슈인맥’도 있습니다. 앱을 통해 랜덤하게 같이 밥을 먹을 불특정인을 만나거나, 동호회에 한 두 번 참가하고 재미를 느낀 후 다른 동호회로 움직이는 등 필요할 때만 잠깐 만나는 관계를 뜻합니다. 유명 배낭여행 카페에는 그 때 그 때 장소에 따라 하루, 이틀 정도만 함께 여행 할 ‘동행’을 구하는 글을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 유럽배낭여행 관련 카페 ‘동행’ 글 -

 

앞서 언급했듯이 사회적 시스템이 서구화되고 합리화 될수록, 인맥의 중요성은 떨어집니다. 거기에 관태기로 인해 인맥관리에 지친 사람들은 관계에 있어 개인적 가성비를 따지는 현상과 실질적 관계보다 피상적 관계에 에너지를 쏟을 가능성이 더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따라 1인 크리에이터 등 온라인 스타와 반려동물 시장이 반사 이익을 얻어 더 커질 수 있겠죠. 또한 젊은 층은, 새로운 관계 형성보다는 홀로 하는 활동 - 혼밥, 혼술, 혼놀 등과 소수의 지인과의 활동에 투자(또는 소비)를 많이 할 것으로 보여집니다.


글. Tillion팀 권이랑 플래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