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킹하는 크리에이티브
본문 바로가기

REPORT/TREND

해킹하는 크리에이티브


브랜드 해킹이란 개념이 있습니다. 아- 먼저 해킹이란 개념부터 정확히 짚고 가는 게 좋겠군요. 

해킹이란, "전자 회로나 컴퓨터의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네트워크, 웹사이트 등 각종 정보 체계가 ‘본래의 설계자나 관리자, 운영자가 의도하지 않은 동작’을 일으키도록 하거나 체계 내에서 주어진 권한 이상으로 정보를 열람, 복제, 변경 가능하게 하는 행위를 광범위하게 이르는 말이다(from wiki)". 이 해킹이란 개념 중에 '제작자가 의도하지 않은 동작을 일으키도록 하는'이란 부분이 흥미롭게 느껴집니다.


광고에 이 해킹이란 개념을 적용하면 어떨까요? 광고는 사람들이 특정 미디어를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을 전제로 합니다. 미디어가 결부되지 않은 광고는 선전에 가깝겠죠. 이 미디어를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비틀어보면 어떨까하는 시도들이 캠페인화되어 시도된 사례들이 있습니다. 


이제부터 살펴볼 사례들은 사람들이 흔히 접하는 미디어인, 옥외 간판, 웹사이트 배너,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입니다. 익숙한 이 미디어들을 어떻게 비틀어 사람들의 눈길을 끌어냈는지를 유심히 본다면 새로운 크리에이티브를 개발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스마트 핏(Smart Fit) - F.A.T Blocker 



다이어트의 가장 큰 적 중 하나가 바로 심야에 보게 되는 음식 사진이 아닐까 합니다. 

북남미에서 가장 큰 체육관(GYM) 체인 브랜드인 스마트 핏(SMART FIT)은 회원들이 음식의 유혹을 뿌리치고 ‘다이어트의 길’만 걸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배너 광고를 해킹(정확히는 필터링)하는 플러그인을 통해서요!



스마트 핏은 F.A.T Blocker(Filter Against Temptaion: 충동 제어 필터)라는 플러그인(Plug In)을 개발했는데요. 구글 크롬 앱 마켓에서 다운로드가 가능한 이 플러그인 앱은, 피자, 햄버거, 아이스크림 등의 아이콘을 클릭하면 웹 서핑 시 나타나는 해당 음식들의 광고들을 제거해주는 대신 운동에 더 매진하라는 메시지를 보여주는데요. 다이어트를 하는 기간을 입력할 수 있어 몇 일 동안 광고를 필터링할 것인지도 설정할 수 있습니다.



브랜드가 제공하는 핵심 서비스 외에 고객의 니즈를 충족시켜 주는 부수적인 서비스는 고객의 브랜드 선호도를 더욱 높여주는 결과를 가져다 주죠. 실제로 스마트 핏은 F.A.T Blocker 론칭 후 80만 스마트 핏 회원들을 포함해 200만 명에 달하는 SNS 팔로워들로부터 호응을 받았는데요. 스마트 핏이 고객들이 건강한 몸을 유지하기 위해 체육관을 찾지만 일상 속에서도 이를 유지하고 싶어 하는 마음을 읽어냈기 때문이죠. 스마트 핏의 F.A.T Blocker는 웹사이트에 나타나는 음식 광고들을 제거함으로써 일상의 유혹을 없애 고객들이 달성하고자 하는 개인 목표에 매진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 Smart Fit - F.A.T Blocker



 영국 국민 보건 서비스 혈액 이식센터 (NHS Blood & Transplant) - Missing Types 



혈액은 인공적으로 만들 수 없고 대체 물질도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수혈이 필요한 환자를 살릴 수 있는 방법으로는 헌혈이 유일합니다. 그러나 영국의 경우, 해마다 헌혈 기증자 수는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고 합니다. 그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영국 국민 보건 서비스 NHS의 혈액 이식 센터(National Health Service Blood and Transplant)가 ‘Missing Type’ 캠페인을 집행했는데, 그 방법은 바로 간판을 해킹하는 것이었습니다.



NHS 혈액 이식 센터는 영국 공공기관 간판의 A, B, O를 모두 보이지 않게 가렸습니다. 사라진 글자처럼 사라져 가는 혈액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기 위한 캠페인이었죠. 21개국의 헌혈 단체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글로벌 캠페인이 됐습니다. 뉴질랜드와 호주에서 시작해, 싱가포르와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로 확산하고, 유럽 국가를 거쳐 미국, 캐나다, 브라질 등 북남미 국가까지 참여했죠. 


또한, 공공기관뿐만 아니라 세계 유명 브랜드도 다수 캠페인에 동참했는데요. 덕분에 영국의 애비로드, 미국의 66번 국도, 호주의 본다이 비치 등 세계 유명 관광 명소들과 구글, 코카콜라, 삼성 등 유명 브랜드들의 이름에서 A, B, O가 모두 사라졌습니다.



Missing Type 캠페인은 혈액 부족 현상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기획됐는데요. 새로운 헌혈 기증자의 유입과 꾸준한 참여 독려를 목적으로 집행됐습니다. NHS 혈액 이식 센터 부원장인 존 래섬(Jon Latham)은 Missing Type 캠페인에 관해 “A, B, O 없는 삶을 사람들이 상상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에 기획했다”라고 하며 “핵심 메시지를 직관적으로 전달했는데, 단순하게 풀어낸 덕분에 성공한 캠페인이라고 생각한다”라고 평했습니다. 


이 캠페인은 21개국에서 25개의 헌혈 단체와 1,000개 이상의 기업들이 참여하며 글로벌 캠페인으로 확장된 덕분에 더 많은 사람에게 노출될 수 있었는데요. 소셜 미디어를 통해 무려 20억 건의 노출 수를 기록했고, 1억 7800만 명에게 도달했습니다. 그 밖에도 수천 명의 SNS 사용자들이 자발적으로 이름에서 A, B, O를 삭제하며 캠페인 확산에 동참하기도 했죠. 캠페인이 시작된 이튿날, 헌혈 사이트의 방문 수는 1,000% 증가했고, 단 열흘 만에 3만 명이 헌혈 기증 신청을 하며 성공적인 ‘콜 투 액션’을 이뤄냈습니다.


 NHS Blood & Transplant - Missing Types



 유브류(Ubrew) – Responsibly 



영국의 중소 맥주 브루어리인 유브류(UBREW)는 ‘세계적인 맥주 브랜드들과 경쟁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하는 고민 끝에 경쟁 대신 경쟁사들이 자사를 홍보하게끔 만드는 전략을 채택했습니다. 그 전략은 바로 자사의 신제품의 브랜드 이름에 모든 주류 광고에 쓰이는 단어를 담은 것이었습니다.



유브류는 저알코올맥주인 ‘리스펀스블리(Responsibly)’를 신규 론칭했습니다. 사실 영어를 사용한 모든 국제 주류광고에는 ‘Drink Responsibly(책임감 있게 즐기세요)’라는 문구가 등장합니다. 이는 우리나라의 ‘지나친 음주는 해롭습니다’와 같은 맥락의 문구인데요. 유브류는 자사 브랜드명을 ‘Responsibly’로 이름 지으며 버드와이저, 하이네켄 등 세계적으로 광고 및 캠페인을 펼치는 대형 맥주 브랜드들의 광고 말미의 ‘Drink Responsibly’ 문구가 자사 광고를 대신 해주는 것이라며(Drink responsibly: Responsibly 맥주를 마시세요) 경쟁사들에게 감사를 표했죠. 



“Responsibly, The Beer All The Other Beers Ask You To Drink(리스펀스블리, 세상 모든 맥주 브랜드들이 당신에게 권하는 맥주)"


유브류는 유튜브에서 맥주 광고를 검색하면 타사 맥주 광고 이전에 자사 티저 광고가 나오도록 했는데요. “넘기려면 넘기세요 어차피 Skip 버튼 눌러도 저희를 광고해주니까요”라고 말하는 유브류의 자신감은 하늘을 찌르는 듯하네요.


유브류는 Responsibly 브랜드 론칭 후 캠페인 집행 1주일 만에 270만 건의 미디어 반응, 120만 건의 영상 조회 수, 220만 회의 온라인 도달률을 기록했는데요. 특히 글로벌 맥주 브랜드들의 SNS에 ‘자사 맥주를 홍보해줘서 고맙다’고 한 멘션에 각 브랜드들로부터 “별말씀을요(You’re Welcome)”라는 답장을 받아 눈길을 끌었습니다. 유브류는 SNS 커뮤니케이션으로 글로벌 브랜드들의 공식 계정에 브랜드를 자연스럽게 노출할 수 있었는데요. 



중소 맥주 양조사가 론칭 첫 주 만에 이러한 결과를 낼 수 있었던 까닭은 바로 클라이언트와 에이전시 간의 긴밀한 커뮤니케이션 덕분이었죠. 이번 캠페인을 선제안했던 맥캔 월드그룹 이탤리(McCann Worldgroup Italy)의 알레산드로 사비니(Alessandro Sabini) 크리에이티브 총괄은 “황금 같은 프로젝트는 바로 모두가 헌신하고 열정적으로 참여했을 때 나온다. 리스펀스블리는 클라이언트부터 영상을 편집하는 사람까지 열정을 불태울 줄 알았다”고 밝혔는데요. 유브류의 창업자 윌프 호스폴(Wilf Horsfall)는 “우리는 저알코올 맥주시장이 성장하는 추세에 우리 맥주를 얹고 싶었다. 우리 캠페인은 이 점을 너무 진지하게 보이지 않으면서도 우리의 페일 에일이 잘 만들어졌다는 점도 알릴 수 있었다”며 만족감을 표했습니다.



 어딕트 에이드 (Addict Ade) - Like My Addiction 



SNS가 대인관계를 유지하는 핵심적인 수단이 되어버린 요즘, 지인들의 소식을 직접 듣기보다 SNS에서 사진이나 글을 통해 근황을 알게 되곤 하죠. 이렇듯 보이는 모습만 보게 되고 소통하는 방법도 가볍게 ‘좋아요’나 댓글을 통해서 하는 등, 우리의 인간관계는 많이 달라졌는데요. 프랑스의 보건단체 어딕트 에이드(Addict Ade)는 SNS에서 보이는 것만 보다가는 지인의 알코올 중독처럼 중요한 이슈도를 놓칠 수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루이즈 들라쥬(Louise Delage)’라는 한 아름다운 여성이 인스타그램에서 활동을 시작한 지 단 두 달 만에 8만 명의 팔로워를 얻으며 SNS 스타가 되었는데요. 그녀의 셀카 및 일상을 담은 사진들은 인스타그램에서 큰 인기를 끌게 되었죠. 그러던 어느 날 그녀가 올린 영상이 팔로워들에게 큰 충격을 가져다 줍니다. 그동안 그녀가 업로드했던 사진들을 모은 이 영상에는 팔로워들이 아무도 몰랐던 한 가지 사실을 담았었죠. 바로 그녀의 사진에는 술이 빠진 적이 없다는 것입니다.



기업이나 단체가 운영하는 소셜미디어 채널은 개인이 운영하는 SNS채널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노출되긴 하지만 콘텐츠에 대한 반응은 되려 더 낮은 경우가 많은데요. 콘텐츠를 봤지만 반응할 만큼 관심이 가거나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죠. 어딕트 에이드는 ‘가까운 이의 알코올 중독에 관심을 가지자’ 라는 메시지가 사람들에게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기 때문에 브랜드를 드러내지 않고 가상의 일반인을 내세워 자연스럽게 팔로워 집단을 끌어 모았는데요. 목표했던 만큼 사람들이 반응하자 ‘가깝다고 생각했던 사람조차 중독되었다는 것을 모를 수도 있습니다’라는 메시지를 던져 사람들이 루이즈 들라쥬가 올렸던 사진들 속에 공통적으로 술이 존재했음을 알게 해 자신을 돌아보게 만들었습니다.


이번 캠페인은 칸 광고제에서 ‘가장 환상적인 인스타그램 사기’였다는 평과 함께 가장 Mobile, PR, Cyber 등 5개 부문에서 금상을 수상했는데요. 뿐만 아니라 캠페인 종료 후에도 지속적인 바이럴이 일어나 총 10억 건의 미디어 반응을 기록할 수 있었습니다.


 Addict Ade - Like My Addiction




글. 채용준 플래너(Digital Content팀)

'REPORT > TREND'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실감하게 만드는 크리에이티브  (0) 2018.05.28
Creative for kids  (0) 2018.05.08
Goods for Good  (0) 2018.02.28
의외의 경쟁자, 의외의 솔루션  (0) 2018.01.26
2018년 마케터가 알아야 할 20대 키워드 5  (0) 2018.0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