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소비'는 왜 통할까
본문 바로가기

REPORT/BIG DATA

'착한소비'는 왜 통할까

 

12월이 깊어지면서 연말 분위기가 한층 짙어졌습니다. 연말이면 어김 없이 생각나는 소외된 이웃들이 있죠. 추위에 떨고 있을 유기견, 유기묘도 생각납니다. 굳이 연탄을 나르거나, 후원금을 기부하지 않아도 이렇게 연말이면 더 생각나는 취약계층과 가여운 동물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착한소비’를 통해 일정 부분을 환원하고 기여하는 것인데요, 제품을 하나 구매하면 다른 하나는 취약계층에 기부를 하거나, 동물복지를 고려하여 생산한 RDS(Responsible Down Standard) 인증 제품을 구매하는 방법 등이 있습니다. 올 겨울은 이런 ‘착한소비’가 유난히 더 활발한 것 같습니다.

 

이번 12월호 빅데이터 트렌드에서는 ‘착한소비’란 무엇이고, 얼마나 많은 소비자가 공감을 하고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늘어나는 착한 소비 열풍
착한 소비는 다양한 방법으로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친환경, 윤리적 생산, 공정무역 제품 구매, 또는 수익의 일부를 기부하는 제품 구매 등 종류가 매우 다양한데요, 먼저 착한 소비를 지칭하는 키워드의 언급량을 통해 소비자의 관심도를 살펴 보았습니다.


착한 소비와 관련한 버즈량은 2015년 88,393건에서 2018년 196,624 건으로 무려 122.4% 증가했으며, 지난 4년간 꾸준한 증가세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다른 증거도 있습니다. 올 겨울 추위는 유난히 매서울 예정이라고 하죠. 그래서인지 롱패딩이 열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데요, 혹시 이번 겨울, 패딩을 구매하실 때 작년과 다른 마케팅 포인트를 눈치채셨나요?

 

바로 앞서 언급한 RDS 인증입니다. RDS는 윤리적 생산 제품에 부여하는 인증마크라고 하는데요, 이 또한 착한 소비 트렌드의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RDS란 Responsible Down Standard의 약자입니다. 살아있는 동물의 깃털을 가학적으로 채취하지 않고, 식품으로 사육, 도축된 오리와 거위의 부산물인 털을 가공하여 만든 제품이어야 하며, 농장, 도축, 세척, 가공, 유통까지 모든 단계가 윤리적일 때 부여하는 인증마크라고 합니다. 지난 여름, 플라스틱 쓰레기 대란과 살충제 달걀 파동 이후 높아진 소비자의 ‘친환경, 동물친화적’ 니즈에 응답하는 기업 태도로 보여집니다.

 

RDS 인증 제품을 이용하자는 소비자의 움직임은 소셜 버즈에 바로 반영이 되었는데요, 최근 6개월간 RDS 언급량은 9,626으로 작년 동기간 언급량인 1,922 대비 400% 나 증가한 것을 확인 할 수 있었습니다.

 

 

착한 소비 실천

 

그렇다면, 소비자들은 실제로 착한 소비를 얼마나 실천하고 있을까요?


셀프 서베이 플랫폼인 틸리언프로(Tillion Pro)를 통해 성인남녀 1천 739명에게 착한 소비와 관련한 설문을 진행했습니다. 만 20세 이상~ 만 59세 이하 소비자들은 기업이 나쁜 행동을 했을 때 벌을 주는 것 (36.7%) 보다, 기업이 좋은 행동을 했을 때 상을 주는 것(50.4%) 에 더 적극적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10명 중 3.6명이 좋아하지 않는 기업의 제품을 불매하는 반면, 10명 중 5명은 좋아하는 기업의 제품을 더 구매해주는 것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선호하는 기업의 제품을 구매하려고 노력하는 비중은 연령대 별 차이가 두드러지지 않지만, 불매하는 행동은 연령대 별 차이가 분명했습니다. 젊은 층인 20대는 50대 대비 10.2%포인트 더 적극적으로 선호하지 않는 기업이나 브랜드 제품은 사지 않는다고 합니다.

 

 

20대가 50대 대비 더 예민하게 반응하는 이슈는 ‘성추행, 성폭행 등 성관련 이슈’‘동물실험 이슈’ 였습니다. 20대가 주 타겟인 기업이 더 주의깊게 볼만한 부분 입니다. 전 연령대 평균적으로는 ‘비위생적, 비윤리적 생산을 통한 소비자 기만’ 행동이 불매의 주된 이유였으며 2위로 ‘친일 행동’, 3위로 ‘협력업체 갑질 이슈’가 비선호 이유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소비자들이 착한 소비와 관련해서 더 선호하는 기업은 ‘창업자/경영자의 선한 경영 철학’, ‘세금을 잘 내며 투명한 경영 유지’ 그리고 ‘협력업체와 상생’, ‘친환경 제품을 생산하거나 사용하는’ 기업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선호하는 이유 역시, 전 연령대가 비슷한 분포를 나타내며 경영철학이 선한, 착한 기업 이미지가 적극적 구매의 동기가 되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실제로 소비자들이 브랜드를 선택할 때, 가장 많이 고려하는 부분이 ‘착한 기업 또는 갑질 기업이냐 등 브랜드 이미지’라고 합니다. 친환경적 제품, 윤리적 생산, 수익금 기부 등의 마케팅적 활동보다 평소 기업의 전반적인 경영태도에 더 많은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소비시장은 이런 소비자의 목소리를 빠르게 반영하고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RDS 인증은 올 겨울, 거의 모든 패딩 제품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습니다. 뿐만 아니라 갤러리아 백화점은 최근 에코 프랜들리 위크를 통해 인조퍼, 인조가죽 제품 등 친환경 제품 위주의 컨셉 매장을 운영하기도 했습니다. 커피숍은 앞 다투어 플라스틱 빨대를 퇴출하고, 서브웨이는 샌드위치 하나를 사면 하나를 초록우산어린이재단에 기부하는 행사를 진행했는데요, 그 인기가 엄청났다고 합니다. 이런 마케팅을 코즈 마케팅 (Cause Marketing) 이라고 합니다.   소비자는 물건을 구매하면서 기부를 하고, 기업 입장에서는 제품을 판매하면서 기업 이미지를 제고하여 공유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또한, 기업이 적극적인 마케팅을 하지 않았음에도, 소비자들이 ‘착한 기업’임을 앞장 서서 알려주고 선호해 주는 현상도 두드러집니다. ‘착한 기업’의 연관어를 살펴보면 LG, 교보생명, 유한양행, 동화약품, 오뚜기 등 유명 기업의 이름이 상위권에 도출되고 있습니다. 이들은 과거 독립운동을 지원했거나 회사 내 비정규직이 없고, 서민들을 위해 최근 몇 년간 제품 가격을 동결하는 활동으로 유명해진 기업들입니다. 기업 입장에서 적극적으로 기사를 내거나 블로그 마케팅 활동을 한 것도 아닌데, 소비자들이 직접 찾아내어 현명한 소비 활동을 고취시킨 대표적인 사례들이죠.

 

 

가치 있는 소비에 대한 긍정적 인식

 

가격 대비 성능을 뜻하는 '가성비'에서, 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을 뜻하는 '가심비'와, 내가 만족하면 가격도 상관없다는 '나심비'까지 소비 심리와 관련한 신조어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착한 소비’가 바로 그런 ‘소비 만족’ 심리가 반영되는 현상 중 하나로 보여집니다.

 

무려 10명 중 6명이 가격이 10% 더 비싸더라도 착한 소비를 할 수 있는 제품을 선택하겠다고 응답했습니다. 같은 가격일 때는 평균 70%의 응답자가 착한 소비를 할 것이라고 했으며, 가격이 10% 상승했을 경우는 평균 60%의 사람들이 사회를 더 이롭게 하는 제품을 구매할 것이라고 합니다.

 

게다가 이런 착한 소비는 입소문 마케팅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무려 10명 중 6명, 즉 5명 중 3명은 실제로 착한 소비 후, 주변에 스스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고 합니다. 소비활동에 스스로 만족감을 느끼고, 주변에 같은 행동을 장려하는 것으로 보여지는 부분입니다.

 

 

빅데이터와 소비자 조사를 통해 살펴본 ‘착한 소비’ 현상은 비자 스스로 만족감을 높이는 매우 간단하면서도 강력한 방법이었습니다. 최근 들어 기업이 적극적으로 착한 소비와 관련한 마케팅을 진행하면서 소비자는 더 쉽게 사회 환원에 참여하며 가심비를 높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그치지 않고, 선호하지 않는 기업의 제품을 구매하지 않음으로써 소비자의 힘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과거 한 기업의 협력업체 갑질 파동 이후, 해당 업체는 한때 매출이 35%나 하락하며 소비자의 분노를 보여주기도 했었죠. 소비자의 태도가 사회를 어떻게 바꾸는지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이왕 쓰는 돈, 나의 소비가 사회에 도움이 된다면 구매하는 소비자도, 물건을 파는 기업도, 도움을 받는 사회도 더 행복해질 텐데요, 착한 소비, 이쯤 되면 안 할 이유가 없겠죠?!

 

 

글 Tillion팀 권이랑 플래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