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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F&B」푸드테크라는 영화의 예고편

 

로봇 드립 메뉴 세 가지 중 하나를 고르면 주문을 받은 커피 로봇 ‘바리스’가 커피를 만들기 시작한다. 바리스타가 담아 놓은 원두를 가져와 드리퍼에 넣고 커피를 내리는데, 정교하고 일정한 각도와 핸들링에서 재미를 떠나 사뭇 진지함까지 느껴진다. 자리에 앉아 로봇이 내려준 커피를 마시고 있으면, 자율 주행 서빙 로봇이 갓 구운 빵과 쿠키를 내오느라 분주하다. 다른 한편에서는 AI(인공지능) 기술로 감칠맛이 더해진 고기가 숙성되고 시스템이 신선한 채소를 키운다. 예약과 결제는 블록체인을 통해 진행된다.

 

영화에서나 보았던, 미래를 상상하며 한 번쯤 떠올려보았을 듯한 공간이 지난 6월 서울 강남 N타워에 선을 보였다. 축산물 유통 전문 스타트업 ‘육그램’과 전통주 전문 외식기업 ‘월향’의 협업으로 탄생한 ‘레귤러 식스’.

 

레귤러 식스는 여러 가지 면에서 F&B 업계는 물론 소비자들에게도 가보고 싶고, 가봐야 할 공간으로 회자되고 있다. 이곳은 단순히 여러 브랜드가 모여있는 평범한 복합 다이닝 공간이 아니다. 이미 업계에서 운영 능력을 인정받은 '월향'과 푸드테크를 활용하여 식재료 유통사업에서 크게 성장하고 있는 '육그램'이 자신들의 강점을 결합시킨 새로운 브랜드 모델이다.

 

 

▲지난 6월 서울 강남 N타워에서 ‘푸드테크의 현재와 미래’라는 주제로 미디어데이를 가지며 오픈한 대형 복합 다이닝 공간  '레귤러식스' 로고

 


융합적 공간으로의 의미

 

레귤러 식스의 총괄 브랜딩과 공간 기획 자문에는 이원재 상명대 교수, 공간 설계와 디자인은 무지호텔 등으로 유명한 일본 건축공간 기획사 UDS(Urban Design System)가 참여했다. 아날로그 콘텐츠 중심의 기존 식음 공간과 달리 레귤러식스는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결합된 융합적 공간을 모티브로 디자인에 큰 비중을 두었다는 것이 관계자의 말이다. 이원재 상명대 교수 역시 레귤러 식스를 ‘테헤란로가 갖는 지역적 상징성인 테크를 바탕으로 한 스타트업 기업 생태계와 서울을 대표하는 음식이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복합(Mixed-Use) 식문화 공간이라고 이야기했다. 기존 식음 브랜드의 브랜딩이 메뉴의 로컬적 특징과 스토리, 또는 식재의 특징, 트렌디한 맛 등 메뉴에 집중되어있는데 반해 레귤러 식스의 발상과 시도가 신선하게 다가오는 이유다.

 

▲레귤러식스 내에 위치한 로봇 테크 카페 '라운지 엑스'

 

레귤러 식스의 등장과 푸드테크

 

레귤러 식스에서 가장 이목을 끄는 것은 로봇 바리스타 ‘바리스’이다. 긴 팔로 원두가 담긴 컵을 옮겨 흔들고, 드립 전용으로 로스팅된 세 가지 원두의 특성과 고객의 취향을 반영하여 물을 따르는 방향과 속도를 제어하면서 커피를 추출한다. 라운지 엑스에서는 로봇 서버인 ‘팡셔틀’도 바쁘게 돌아다닌다. 라운지 엑스는 빵 셔틀을 인력을 대체하는 용도가 아닌 '무료 빵 셔틀'과 같이 재미 요소를 담아 색다른 가치를 전달할 계획이다. 

 

▲(왼쪽부터) 라운지 엑스에 있는 로봇 바리스타 '바리스', 로봇 서버 '팡셔틀'

 

이곳에 접목된 대표적인 기술은 로보틱스와 블록체인, 그리고 AI(인공지능)이다. 라운지 엑스에는 로보틱스 기술, 결제와 예약, 포인트, 식품이력 관리 등에는 블록체인 기술이 적용됐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으로 현장 결제가 가능하며, 힌트체인 등 블록체인 기업과 함께 가상화폐를 기반으로 자체 발행한 코인을 포인트로 교환하여 현금처럼 사용이 가능하게 할 예정이다.

 

▲AI가 적용된 '육그램'의 에이징 룸

육그램에서 선보인 에이징룸에는 AI(인공지능)가 적용됐다. 고기의 숙성을 의미하는 에이징에 대해 육그램 이종근 대표는 김치 장인처럼 고기를 숙성시킬 때 그들만의 온도, 습도 등 노하우를 가진 고기 숙성 장인이 있으며, 이 데이터를 수집해 에이징 룸의 특수 냉장고에 입력하면 장인이 숙성한 고기 맛을 만들 수 있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각 업체와 고기, 각각의 부위마다 에이징 패턴을 기록하여 정량적인 데이터가 완성되면 AI가 자동으로 판단하고 숙성시키는 머신러닝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상추도 AI 재배기술을 이용하여 고품질로 대량생산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푸드테크라는 영화의 예고편을 레귤러 식스로 보고 있는 것 같다.  

 

 

푸트테크의 현재와 미래

 

먼 미래의 이야기만은 아닌 것이 이미 많은 나라에서 푸드테크를 적용한 식음 브랜드를 운영 중에 있다. 미국의 ‘크리에이터(creator)’는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만든 로봇 햄버거 매장으로 모든 버거가 5분이면 로봇이 정확하고 균일한 맛의 버거를 만들어 준다. 피자계의 아마존을 꿈꾸는 ‘줌피자(Zume Pizza)’는 로봇이 시간당 372판의 피자를 구워내고, GPS를 통해 도로 상황을 분석하여 배송 시간을 줄인다. 실리콘밸리에 진출한 한국계 스타트업 베어로보틱스의 서빙 로봇인 ‘페니’는 캘리포니아 마운틴뷰의 피자 레스토랑 ‘아미치스(Amicis)’는 물론 한국의 레스토랑 ‘메리고키친’까지 넘어와 열심히 서빙을 담당하고 있다. 중국 역시 알리바바가 운영하는 ‘허마셴셩(盒马鲜生)’과 중국 최대 레스토랑 프랜차이즈 ‘하이디라오, 징둥그룹의  징둥X미래레스토랑(京东X未来餐厅)’ 등 지능화 무인 레스토랑과 스마트 음식점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왼쪽부터) 줌피자(출처:latimes),  서빙 로봇 페니(출처:yelp) 

여러 사례에서 보듯 AI와 빅데이터, IoT(사물인터넷)가 융합된 산업들이 눈부시게 성장하며 우리 생활 곳곳에 자리잡고 있고 그 가운데식품산업과 외식산업 분야로의 대규모 투자와 기술 개발도 가속화되고 있다. 이미 상용화된 기술이 진화를 거듭하며 산업 전반에 적용되면 맛과 생산량 등 가변적인 요소에 대한 리스크가 감소하며 생산성 향상과 상품성 제고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보다 더 완벽에 가까운 미래형 식음브랜드도 만날 수 있게 될 것이다.   

 


 

레귤러 식스의 등장이 비록 ‘푸드테크의 현재를 보여주는 가장 완벽한 공간이다’라고 말하기에는 로봇팔의 바리스타나 서버로봇, 인공지능 숙성실 등의 요소만으로는 아직 부족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색다른 즐거움과 함께 내일의 식음 브랜드에 대한 기대감을 제공하며 성공적인 첫 발을 내딛었다는 사실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국내에서 '푸드테크'라는 패러다임을 제시한 선두 그룹 주자로 향후 어떠한 행보를 이어갈지 업계에서 주목하는 기대감도 크다. 무엇보다 공간을 찾는 고객들이 맛있는 음식과 더불어 즐거운 시간을 나누며, 새로운 경험을 하는 것이 이 업의 본질이 아닐까? 결론적으로 혁신적인 기술 진보를 통해 효율을 높이거나 편리를 끌어올려야 할 부분이 있고, 본질을 더욱 풍요롭게 만드는 역할에 방점을 두어야 할 부분이 있다는 생각을 가져본다.

 

레귤러 식스의 ‘바리스’‘빵셔틀’ 은 사람과 함께 협업하며 고객에게 큰 즐거움을 주고 이질감 없이 공간 속에 잘 녹아있다. 기존 로봇들이 생산력만 강조된 산업로봇이었다면 이번 레귤러식스의 로봇들은 소비자와 직접 접촉이 가능한 협동로봇이기에 말이다. 월향 이어영 대표의 말처럼 ‘재미와 의미의 밸런스’인 것이다. 기술이 공간의 본질을 넘어 아방가르드하게 ‘나는 기술이다!’라고 외치는 것은 본질을 해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누가 봐도 ‘AI다’, ‘로봇이다 이런 느낌이 아닌 조촐하고 소박한 느낌을 내려고 했다’라는 황성재 대표의 기획 의도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글. SnC 박송규 Producer/Director

 


SnC 박송규 Producer/ Director 상업용 부동산 컨설팅 전문 기업 SnC Network의 Commercial & Retail 부문장으로 디큐브시티, 커먼그라운드, 아브뉴프랑 등 상업시설의 F&B 개발 컨설팅을 진행했다. 전문 외식 브랜드와 백화점, 쇼핑몰 식음팀장의 경력으로 외식법인 SnF를 이끌고 있으며, 식음료 브랜드인 ‘STREET FEAST SEOUL’, ‘BOTABOTA’의 프로듀싱 및 운영 총괄을 담당하고 있다. 


* 본 칼럼은 SM C&C Letter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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