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PORT/TREND

티스토리 뷰

REPORT/TREND

무한한 가능성의 세계, LEGO

 

내 유년 시절은 산만하고 소란스러웠다.

미술, 서예, 바둑 등의 힘을 빌려도 보았지만

돌아온 건 물감과 먹이 잔뜩 묻은 옷이나 학원 선생님의 꾸중뿐이었다.

 

그런 나에게도 하루 종일 꼼짝 하지 않고 집중하는 단 한 가지가 있었으니,

바로 레고(LEGO)였다.

 

플라스틱 드럼통에 가득 담긴 레고 브릭과 함께라면

하루가 가는 줄 몰랐다.

 

그땐 그저 ‘재밌어서’라고만 생각했는데,

그건 레고가 가진 무한한 가능성에 매료되었던 것이었던가 싶다.


철저한 시스템에 놀라운 확장성의 대명사

가로 네 줄, 세로 두 줄 짜리 브릭 2개면 24가지 방식으로 조립이 가능하고, 블록 6개면 9억 개 이상의 형태로 변화할 수 있다. 이 놀라운 조합이 가능한 이유는 철저한 시스템과 규격 덕분이다.

 

 

“det bedste er ikke for godt - only the best is the best 오직 최고만이 최고다"

 

 

이는 창립 초기부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레고의 기업 이념이다. 덴마크의 목수였던 창업주 올레 키르크 크리스티얀센(Ole Kirk Christiansen)은 1932년 장난감 회사를 열고, 덴마크어로 ‘잘 논다’라는 뜻의 ‘leg godt’를 따 ‘LEGO’라는 이름을 붙인다. 올레는 제품 생산에 있어 한 치의 오차도 용납하지 않았다. 일을 도와주던 아들이 원가 절감을 위해 단 한 번, 물감칠을 덜 했다는 말을 듣고 모든 박스를 열어 다시 칠하게 했다는 일화도 유명하다. 이처럼 레고는 제품의 품질에 대한 견고한 집념과 자존심을 바탕으로 탄생한 브랜드이다.

 

올레의 뜻을 이어, 그의 아들 고트프레드(Godtfred Kirk Christiansen)가 2대 대표를 맡게 되면서 현재 형태의 레고가 탄생하게 된다. 1958년, 기존의 브릭 결합 기술에 ABS(강도와 치수 안정성이 높은 플라스틱의 한 종류)라는 신재료를 더하고 아랫부분의 튜브 구멍까지 보완한 레고 브릭을 만들어냈다. 이후 현재까지 생산되는 모든 레고 브릭은 디자인, 시리즈, 상품명과 무관하게 완벽히 호환된다.

 

40년 전 아빠가 갖고 놀던 레고 브릭을 4년 전 태어난 아이의 듀플로(2배 크기의 유아용 레고)에도 결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가능케 하기 위해 현재까지도 모든 레고 브릭은 엄격한 생산 과정을 거친다. 두 개의 브릭을 맞물렸을 때 단단히 끼워지고 쉽게 분해되는지를 핵심적으로 테스트하며, 머리카락보다 얇은 10마이크로미터 오차 범위 내에서 생산한다.

 

이렇게 탄생한 레고 브릭들은 아이들과 어른들의 상상력을 펼치는 시작점이 되었다. 광고 캠페인에서도 레고 브릭 한 조각이 만들어 내는 가능성과 상상력을 강조해왔다. 레고와 함께라면 지나가버린 시대도, 오지 않은 미래도, 갈 수 없는 공간도 손 끝에서 만나볼 수 있다.

 

▲ It begins with a brick

 

▲  Build the future

 

장난감을 넘어 하나의 세계로 자리잡다

레고의 엄청난 호환성을 바탕으로 레고 MOC(My Own Creation)라는 분야도 발달해 있다. 여러 개의 제품을 분해한 다음 그 부품들을 자유롭게 조합해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낸다. 건축, 예술, 게임, 패션 등의 분야에 적용해 사용 설명서에 없는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할 수 있다.

 

1970년 이후 런칭한 레고 테크닉(LEGO Technic) 시리즈는 레고의 확장성을 한층 더 배가시켰다. 실제 기계의 매커니즘을 적용해 모터, 기어, 배터리 등을 장착해 조립 후 작동이 가능한 시리즈이다. 궁극의 조립에 도전하는 ‘BUILD FOR REAL’ 캠페인을 통해 실제 주행이 가능한 슈퍼카 부가티 시론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339가지 유형, 100만개 이상의 레고 브릭을 사용해 13000여 시간을 들여 오로지 조립만을 통해 완성했고 부가티 전문 드라이버의 테스트 주행까지 성공했다. 이뿐만 아니라 레고의 세계는 테마 파크, 게임, 영화 등 수많은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 좌 :  실제 부가티 시론 ,  우 :  레고 테크닉 부가티 시론

2019년부터 레고는 30년만의 글로벌 캠페인이자 브랜드 정체성을 새롭게 정립하는 ‘Rebuild the World’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매뉴얼에 따라 만드는 ‘build’가 아니라 자유롭게 해체하고 창의적으로 재조립해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낸다는 의미이다. 이 캠페인의 일환으로 6개월 간 세계 각지 팬들에게 상상 속 동물, 건축물, 운송 수단, 자연물 등의 작품을 받아 하나의 지구를 만들어냈다. 이처럼 레고는 장난감이라는 한계를 넘어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해가고 있다.

 

▲  Rebuild the world

 

레고’하면 떠오르는 노란 머리의 미니피규어(minifigures)도 빼놓을 수 없다. 사람이라 생각하면 정말 이상한, 불룩하게 튀어나온 머리와 손가락이 없는 로봇 같은 손이 특징이다. 무한하게 변형되는 레고 브릭과 함께 미니피규어들 또한 레고 세계의 구축에 큰 몫을 했다. 크게 머리, 몸통, 다리로 나눠지는 구성을 바탕으로 80년대 이후 점차 다양한 표정과 의상이 적용되었다. 특히, 스타워즈를 시작으로 2000년대부터 활발히 진행된 콜라보레이션 시리즈(라이선스 테마 시리즈라고도 한다.)에서 실제 캐릭터와 유사한 모습으로 구현되며 팬들을 열광시키고 덕후들을 양산하는 데에 기여했다. 이러한 레고 미니피규어의 역사는 매 시즌 책으로 발간되며 매번 스페셜 미니피규어도 포함되어 있다. 올해는 오렌지 색 우주비행사 에디션이라고 한다.

▲  2020 LEGO Minifigure Book

 

모든 것은 ‘상상력’으로부터

아인슈타인은 지식보다 상상력이 더 중요함을 강조했다. 지식에는 한계가 있지만 상상력에는 끝이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실을 누구보다 더 잘 아는 레고는 항상 ‘상상력의 힘’을 이야기한다. 이제는 레고로 쥬라기 공원도, 슈퍼카도, 우주도 만들어낼 수 있게 되었지만 모든 건 레고 브릭 하나와 나의 상상력으로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그 상상력에 있어 크기는 중요하지 않다. 5천개의 브릭으로 거대한 우주선을 만들든 10개의 브릭으로 자그마한 우주선을 만들든, 우주를 비행하고자 하는 우리의 상상력은 똑같이 위대하다.

 

▲  For every size of imagination

 

아이들의 장난감에서 시작해 이제는 하나의 세계관을 구축한 레고, 상상력에는 한계가 없기에 레고의 발전에도 아마 끝이 없을 것이다.(그리고 물론 끝이 없기를 기대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우리가 해야 할 것은 호기심 많았던 어린 시절의 상상력을 잃지 않는 것이다. 어른이 되고나서 지식만을 쌓아 가는 것은 아닐지 고민하게 된다면, 레고와 함께 규칙을 깨고 자유롭게 재조립하며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면 어떨까.

 

 

 

 

글. TC2팀 김가을 플래너

댓글
댓글쓰기 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