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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닥의 이유있는 컴백

글. CX2팀 박가영 플래너

 


초등학생 시절(사실은 국민학생이었다...), 가족여행 후에는 집에 늘 카메라 필름이 가득 쌓였다.

그 필름을 사진관에 가져다주는 역할은 언제나 성질 급한 내가 했는데 그만큼 작은 필름 하나가

나에게는 큰 설렘이었고, 사진을 찾고 나서야 비로소 우리의 여행은 마무리되었다.

지금은 핸드폰에 가득 차버린 수천 장의 사진을 보면서도 이 사진을 언제 왜 찍었더라...

기억나지 않을 때가 많다. 사진이 쉬워진 만큼 한 장 한 장 공들이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가끔은 필름을 아끼기 위해 사진 찍을 최적의 장소를 물색하고 가장 기념할 만한 순간을 포착하여

눈을 부릅 뜨고 셔터 소리에 귀를 기울였던 그 때가 좋았던 것 같기도 하다.

그렇게 찍은 사진은 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니 말이다.


 

이렇게 필름 카메라가 추억이 되면서, 코닥(Kodak)이란 이름도 점점 기억의 뒤안길로 사라져 갔다. 그런데 바로 작년 초, 뜻밖에 백화점 의류 코너에서 설레는 코닥의 빨강과 노랑을 다시 마주했다.

그것도 매우 힙한 모습으로…말 그대로 “꺼진 불도 다시 본” 순간이다.

브랜드의 흥망성쇠, 이제는 망한 줄 알았던 코닥은 지금 어디쯤 와 있는 것일까?

 

 


 

 

#흥(興)_ ‘코닥 모멘트’ 필름 시대의 왕좌에 오르다

코닥 모멘트, 미국인들은 사진으로 남기고 싶은 인생의 소중한 순간을 코닥의 순간이라고 말한다.

코닥은 지난 130년 동안 세계 최초란 수식어와 함께 필름 시대를 군림했다. 미국의 조지 이스트만은 당시 무겁고 거대한 카메라와 번거로운 인화 과정을 간편화하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한 끝에 1882년 필름의 초기 형태를 만들고 마침내 1888년 코닥을 설립, 대량생산을 시작한다. 또한 휴대가 가능한 카메라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는데

 

버튼만 누르세요. 나머지는 저희가 알아서 할게요”

 

카메라가 전문 사진사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한 당시의 광고 슬로건은 대중들에게 큰 관심을 끌며 코닥은 비로소 모두가 사랑하는 필름 카메라의 대명사가 되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입에 착착 붙고 개성 넘치는 Kodak이란 브랜드 네임에 아무 뜻이 없단다그냥 K가 앞뒤로 두 번 들어가게 하여 사람들에게 강한 이미지를 주고 싶었다 한다. 어떻게 보면 혁신적인 기술력과 강한 시장 지배력을 어필하기에 가장 좋은 네이밍일 수 있겠다. 그래서 코닥은 초기부터 Kodak의 스펠링이 강하게 보이는 로고 전략을 꾸준히 선보였는지도 모르겠다.

 

 

#망(亡)_ 필름 왕국이 몰락하다

코닥의 전성기를 대변했던 코닥 모멘트는 디지털카메라가 등장하고 전혀 다른 의미가 되었다. 이제는 변화된 세상의 흐름에 적응하지 못하고 도태의 길로 들어서는 순간을 뜻한다고 하니 디지털 앞에서 100년 기업도 추풍낙엽이 되었다.

하지만 여기서 놀라운 또 하나의 사실은 1975년 세계 최초 디지털카메라를 만든 것이 바로 코닥이란 것이다. 이미 한발 앞서 산업의 트렌드를 완벽히 파악하고 디지털화에 필요한 기술 특허도 제일 많이 갖고 있었다. 그러나 코닥은 기존 아날로그 필름 시장을 지키겠다며 성공한 브랜드가 빠지기 쉬운오만함에 취해 있었다. 기술력도, 대중의 지지도 있었지만 새롭게 왕국을 탈바꿈할 리더십만 없었다.

이런 것을 연민이라 하는가빛 바랜 사진과 측은한 브랜드 스토리는 왜 이리도 잘 어울리는지

 

#성(盛)_ 잘 키운 브랜드는 쉽게 죽지 않는다

파산신청 후 겨우 기사회생한 코닥은 레트로의 감성을 입고 간간이 생존신고를 해왔다. 디지털에 식상한 이들의 구미를 당기는 앙증맞은 토이카메라로 장난감을 자처했다. 그리고 아직은 국내에만 국한되지만 코닥은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강력한 브랜드 헤리티지를 엎고 핫한 라이선스 패션 브랜드로 탄생한 것이다.

 

코닥 어패럴의 디자인은 코닥의 오리지널리티와 아날로그 감성을 그대로 담고 있다. 그래서 기성세대에겐 짙은 향수를, Z세대에겐 호기심을 자극한다. 사진 봉투, 필름 통, 사진관과 같은 코닥 본연의 아이덴티티를 모티브로 하여 유니크한 디자인과 레트로한 무드, 아이코닉한 컬러를 보여주고 있다. 말 그대로 ‘인간코닥’을 구현하고자 하는 것 같다.

더 나아가 최근에는 영상세대인 MZ를 공략하여 이들을 충성고객으로 만들기 위한 프로슈머(Product + Consumer) 프로젝트, 브랜드 필름 스토리 공모전’을 개최하고 있다. MZ와 코닥이 만나 어떠한 스토리텔링을 할지정해인뿐만 아니라 나도 기다려진다고~

 

 


그리고 미국에서는 트럼프 전대통령이 갑자기 코닥을 제약회사로 변신시키겠다고 선언했다. 제약과 필름이 무슨 관계가 있을까 싶지만 필름의 주원료가 콜라겐이며 화학재료와 나노기술을 많이 사용하는 것도 비슷하다고 한다. 코닥은 화학 물질을 다룬 최고의 기술력과 긴 역사가 있기에 이미 바이오 회사로 환골탈태한 후지필름보다 성공할 것을 장담했다.

 

 

필름이든 패션이든 심지어 제약이든 완전히 다른 산업군에서도

코닥은 브랜드 헤리티지와 다양한 재해석이 가능한 아날로그적 감성, 그리고 높은 신뢰도

자신의 존재감과 가치를 계속 드러내고 있다.

이렇게 다시 보니 놓아주기 싫다.

왕좌에 오르지 않아도 되니 부디 쇠하지만 말고 200년을 바라보는 브랜드가 되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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