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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PORT/TR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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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 회사가 아니라 소재 회사입니다 “ 여보, 나 이 신발 사고 싶어. 지금. ” 결혼 이후로 쇼핑은 오롯이 아내의 영역이었던 터라, 평소 패션이나 소비와는 담을 쌓고 살던 나의 선언에 그녀는 적잖이 놀란 것 같았다. 동그래진 두 눈에 내가 더 당황할 정도로. 평소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분야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종종 패션, 음악, 스포츠, 영화 등다양한 형태의 소비 대상을 우연히 마주치고 종내 그것이 내 일상 혹은 취향의 일부가 되는 경험을 하곤 한다. 내게는 ‘올버즈 allbirds’가 그랬다. 늘 입던 것만 다시 꺼내 입고, 보다 못한 아내가 새로 사주는 옷과 신발 덕에 덥고 추운 계절들을 넘기기를 수 년째. 그렇게 평소와 다름없던 주말, 습관적으로 뉴스 어플을 켰을 때 무언가 거창한 단어들이 길게 나열된 기사 제목이 내 눈을 끌었다..
「오늘의 쇼핑」‘라방’하고 ‘당근’하는 MZ세대의 쇼핑법 배민에서 ‘화장품’ 사고, 카톡에서 ‘구찌’ 지르는 시대 “고객님이 주문하신 배달이 시작되었습니다. 약 20분 후 도착할 예정입니다.” 배달의 민족이 2019년 11월 정식 서비스를 개시한 ‘B마트’에서 물건을 주문하면 받아볼 수 있는 알림톡이다. 식료품은 물론 화장품과 반려동물 간식까지 20~30분이면 받아볼 수 있다. (단, 교통 상황이나 인프라에 따라 차이는 있다) B마트는 그 편리함에 이용자가 급속히 늘어, 2020년 8월 기준 론칭 초와 비교해 매출이 963.3% 증가하기도 했다.[1] 코로나19 사태 이후 많은 것이 멈췄으나, ‘유통’과 ‘쇼핑’만큼은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변하고있다. 4차 산업시대를 대비하여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있던 온라인과 디지털로의 전환이 코로나19라는 위기 상황을 만..
무한한 가능성의 세계, LEGO 내 유년 시절은 산만하고 소란스러웠다. 미술, 서예, 바둑 등의 힘을 빌려도 보았지만 돌아온 건 물감과 먹이 잔뜩 묻은 옷이나 학원 선생님의 꾸중뿐이었다. 그런 나에게도 하루 종일 꼼짝 하지 않고 집중하는 단 한 가지가 있었으니, 바로 레고(LEGO)였다. 플라스틱 드럼통에 가득 담긴 레고 브릭과 함께라면 하루가 가는 줄 몰랐다. 그땐 그저 ‘재밌어서’라고만 생각했는데, 그건 레고가 가진 무한한 가능성에 매료되었던 것이었던가 싶다. 철저한 시스템에 놀라운 확장성의 대명사 가로 네 줄, 세로 두 줄 짜리 브릭 2개면 24가지 방식으로 조립이 가능하고, 블록 6개면 9억 개 이상의 형태로 변화할 수 있다. 이 놀라운 조합이 가능한 이유는 철저한 시스템과 규격 덕분이다. “det bedste er ikke f..
카이카도가 지켜온 '변하지 않는 가치' 2017년, 교토로 짧은 여행을 다녀왔다. 과연 천년고도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오랜 세월의 흔적이 도시 곳곳에 남아있었다. 특히, 예스러운 골목길 사이사이를 걷다 보면 100년 이상의 세월을 간직한 가게들을 발견하게 된다. 누군가 내게 그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소를 묻는다면, 스미요시초 거리에 위치한 카이카도 카페(Kaikado Cafe)에 관해 이야기할 것이다. 그곳은 커피 원두와 찻잎을 보관하는 티 캐디(Tea caddy)를 만드는 교토의 장인 브랜드 '카이카도'가 조성한 공간이다. 교토역에서 도보로 10분 정도 거리에 있는 이 공간은 육안으로 보기에도 오래된 서양식 건물에 자리 잡고 있다. 1927년 지어진 이 건물은 교토 노면전차의 차량 기지이자 사무실로 사용되었지만, 1978년부터 열차가 폐지되면..
자동차계의 애플 얼마 전 MBC 예능 에 배우 유아인의 차량이 소개되며 테슬라의 SUV 모델 X가 실시간 검색어 순위 1를 차지했다. 또 얼마 지나지 않아 테슬라는 도요타 자동차를 제치고 전 세계 자동차 업체 중 시가총액 1위에 오르며 주가 급등 이슈를 전 세계 온 매체에 도배하기도 했다. 자동차에 관심이 있든 없든, 요즘 길을 지나다가 마주치게 되는 테슬라를 보면 멈춰 서서 '아 저게 테슬라구나! ' 하는 사람들의 감탄을 심심찮게 듣게 된다. 상대적으로 긴 역사를 지닌 기업들이 살아남아 거대 기업으로 군림해 온 자동차 산업 시장에서 고작 10여 년 밖에 되지 않은 브랜드가 이다지도 높은 기대와 큰 주목을 받고 있다니. 테슬라 브랜드가 지닌 '혁신'과 '차별화 전략'에 대한 궁금해질수 밖에 없는, 바로 그 타이밍이 왔다..
나와 우리, 그리고 지구를 위해! 우리는 하나다! 우린 매일 무수히 많은 선택을 하며 살아간다. 깜빡이는 횡단보도를 바라보며 뛸지 말지를 고민하다가, 갑자기 “오늘 점심 메뉴는 뭘 먹을지?”라는 고민으로 이어진다. 수많은 선택 중 가장 고민되는 것 중 하나는 “어떤 브랜드를 선택하지?”가 아닐까 싶다. 오늘 아침에만 하더라도 나는 어떤 브랜드의 옷을 입고, 어떤 브랜드의 음료를 마실지 고민을 했으니까 말이다. 그러던 중 문득 나는 그동안 어떤 기준으로 브랜드를 선택했었더라- 하는 의문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대학생 때였던 것 같다. 껍질이 벗겨진 너구리가 산처럼 쌓여서 신음하는 영상을 보았던 게. 그동안 무심코 입었던 패딩 모자에 달려있던 털이 그렇게 만들어진 거라니.. 너무 충격적이었다. 그 이후로 무언가를 구매할 때, 한 번은 더 생각하게 되었다. 내..
올어바웃 이솝 ‘자기다움’을 고집하는, 따뜻한 완벽주의자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수립하고 광고 전략을 짜는 AP일을 하며 자주 접하는 과제 중 하나는 클라이언트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만드는 일이다. 그러다 보면, 런칭한지 수년이 지나고, 연간 매출 1000억 원을 족히 넘기는 브랜드임에도 불구하고 정체성이 모호한 브랜드들을 만나는 건 어렵지 않다. 고객의 취향이 변하고, 시장의 트렌드가 달라지고, 마케팅 책임자가 바뀌는 등 많은 변화 속에서 브랜드가 올곧게 ‘자기다움’을 유지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 어려운 걸 꿋꿋하게 해내는 브랜드가 있다. 바로 코스메틱 브랜드 이솝(Aesop)이다. 실제로 이솝 제품을 사용해 보지 않았더라도, 제품 패키지나 매장 이미지를 보면 단번에 이솝임을 알아챌 사람들..
내 마음을 두고 온 도시, San Francisco [Departure: 출국] “If you're going to San Francisco, Be sure to wear some flowers in your hair.” San Francisco – Scott McKenzie 지난 2016년 10월. 5년을 넘게 함께 다닌 첫 번째 회사를 퇴사한 우리 부부는 총 세 달간의 해외여행을 떠났다. 세 달간 이어질 해외여행의 첫 도시는 웨딩 사진을 찍은 샌프란시스코였고, 그곳에서 우리는 당시 한참 유행하던 '한 달 살이'를 시작했다. Scott McKenzie의 속 노랫말과는 다르게 아무도 머리에 꽃을 꽂아야 한다고 말하지는 않았지만, Tony Bennett이 부른 노래 처럼 마음을 두고 올 수밖에 없는 매력적인 도시, '샌프란시스코'라는 브랜드를 여행에 빗대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