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시각에서 생각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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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PORT/TREND

아이의 시각에서 생각하면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은 저장을 의미하는 아이콘이 뭘 이미지화한 것인지 알고 계실 겁니다.

 바로 플로피 디스켓을 이미지화한 것이지요. 

그런데 초등학생이나 중학생의 경우 이 디스켓 아이콘이 무엇인지 모르는 학생들이 대부분이라고 합니다.


그들이 처음 컴퓨터를 접했을 때 저장매체는 외장하드와 USB메모리 스틱이 대부분이었고 

디스켓이라는 오래된 저장매체는 본적도 없는 괴상한 물건에 불가한 것이죠. 

지금의 어린 친구들이 성인이 되었을 때의 자라나는 어린이들은 메모리 스틱이 뭔지 모를지도 모르겠습니다.



영상 컨텐츠의 시청방식도 급진적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상당수의 아이들은 TV보다 먼저 접한 미디어가 태블릿이나 스마트폰이고 방송채널보다 유튜브가 친숙하다고 합니다. 

“왜 티비는 손으로 못움직여?"라고 궁금해 하는 아이들도 있다고 합니다.

우리는 당연하게 여기는 것들이 아이들에게는 당연하게도 당연하지 않다는 사실을 잊을 때가 많습니다. 


이제부터 살펴볼 크리에이티브들은 아이의 시각에서 만들어진 것들입니다. 

대상은 아이들이지만, 우리에게 적용하자면 당연하게도 소비자들이고 커뮤니케이션 타겟들이겠지요.

아이들을 위한 크리에이티브를 살펴보며 우리가 전략을 세우고 

크리에이티브를 개발하는 사고방식을 점검해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ASB 은행 - Clever Kash

어릴 적, 세뱃돈이나 심부름하고 받은 용돈을 모아 돼지 저금통에 넣어두곤 했는데요. 돼지 저금통을 가득 채우기도 전에 동전 넣는 틈 사이로 자를 넣어 모아둔 돈을 쏠쏠히 꺼내 쓰기도 했죠. 슬프게도 추억의 돼지 저금통이 사라져가고 있습니다. 온라인 뱅킹이 활성화되면서 현금 없는 사회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돈을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질 수 없게 되면서 요즘 아이들은 돈의 가치와 쓰임에 대해 배우기 어려워졌습니다. 뉴질랜드의 ASB은행은 현금 없이도 아이들에게 돈의 가치를 알려주기 위해 디지털 저금통을 만들었습니다. 


 


ASB은행은 지난 1960년대부터 노란 코끼리 저금통을 아이들에게 선물했는데요. 클레버 캐쉬(Clever Kash)는 이전의 것과는 달리 특별한 점이 있습니다. 바로 현금이 필요 없는 디지털 코끼리 저금통이라는 것이죠. 


코끼리의 배에는 돈을 넣는 틈 대신 디지털 스크린이 있는데요. 블루투스 기능으로 코끼리 저금통과 부모의 스마트 폰을 연결할 수 있습니다. 아이와 함께 ASB 모바일 뱅킹 어플에서 1달러, 2달러, 5달러 등 원하는 금액을 골라 가상의 돈을 터치하면 그 금액만큼 저금통의 디지털 스크린에 저절로 반영이 됩니다.


 


또한 아이들이 저금하는 목표 금액도 설정할 수 있는데요. 현금이 없더라도 아이들은 가상의 돈을 만져보고 스크린을 통해 돈이 모이는 것을 눈으로 확인해볼 수 있는 것이죠. 귀여운 코끼리 장난감을 통해 저축하는 것의 즐거움과 목표를 달성했을 때의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데요. 클레버 캐쉬는 아이들이 저축하는 습관을 재미있게 배울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클레버 캐쉬에 관심을 가졌는데요. 지금까지 38,000건 이상이 등록될 만큼 큰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평소에 ASB은행의 이메일을 읽는 사람의 비중이 30~35%였다면, 캠페인 이후에는 48~65%로 증가하였습니다. 


페이스북에서도 클레버 캐쉬의 인기가 대단했는데요. 클레버 캐쉬의 게시물은 1,100회이상 공유되었고 1,400개의 댓글이 달리고 10,000회 이상의 좋아요를 기록했습니다. 또한 이번 캠페인은 2016 칸 국제 광고제 사이버 부문에서 골드를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현금에서 디지털 화폐로 변화하는 트렌드에 맞춰 아이들에게 저축하는 습관을 재미있게 가르쳐주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영상 바로보기

ASB 은행 - Clever Kash

 


 


세이브더칠드런 - Paper Glasses

멕시코에서 학교를 중퇴하는 아이들의 75%가 시력 장애 때문이라고 합니다. 시력 장애가 있는 아이들은 칠판 글씨도 잘 보이지 않고 불만이 모여, 더 이상 학교는 자신이 있을 곳이 아니라고 느끼게 되는데요. 특히 외딴 지역에 살아 안과에서 진찰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은 더욱 심각한 상황입니다.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을 수가 없어 자신의 시력이 나빠진 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죠. 


 


세이브 더 칠드런(Save The Children)은 아이들에게 지금 잘 보이지 않는 이유가 시력이 나빠졌기 때문이란 것을 알려주기 위해 스스로 시력을 측정해 볼 수 있는 종이 안경(Paper Glasses)를 배포했습니다. 세이브 더 칠드런은 교과서를 편찬하는 산틸라나(Santillana)와 협력하였는데요. 산틸라나의 교과서에 알기 쉽게 큰 글씨로 쓰여진 설명서와 함께 종이 안경을 책 사이에 끼워 수백만 명의 아이들에게 전달했습니다. 


 


이 종이 안경은 보통의 안경과 달리, 유리나 플라스틱 렌즈를 사용하지 않고 검은 종이만으로 되어있는데요. 특이하게도 렌즈부분에는 2mm 간격으로 작은 구멍이 뚫려있습니다. 바로 핀홀 효과를 이용한 것이죠. 작은 구멍을 통해 물체를 보면 눈에 들어오는 빛을 한 곳에 모을 필요 없이 빛이 일직선으로 들어오기 때문에 망막에 정확한 상이 맺혀 나타납니다. 


바늘 구멍같이 작은 구멍은 어떤 거리에서 오는 빛에 대해서도 초점을 맞출 수 있는데요. 모든 빛이 단 하나의 방향, 작은 구멍으로만 통과하게 되어 모든 것이 선명하게 보이는 것이죠. 쉽게 예를 들면, 사진을 찍을 때 더 작은 조리개를 써서 초점을 맞추는 것이나 사람들이 앞이 잘 보이지 않을 때 눈을 가늘게 뜨는 것 또한 핀홀 효과를 이용한 것이랍니다. 


 


아이들은 종이 안경을 쓰고 봤을 때와 쓰지 않고 봤을 때를 비교해보고 또 다른 친구들에게 어떻게 보이는지 물어보면서 스스로 시력 검사를 해보았습니다. 시력이 나쁜 아이일 경우, 평소처럼 종이 안경을 벗고 주변을 둘러보면 흐리게 보이지만 종이안경을 쓰면 모든 것이 선명하게 보일 텐데요. 종이 안경을 통해 자신의 시력이 좋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시력이 회복되거나 안경을 착용하면 세상이 어떻게 보이는지 알 수 있는 것이죠. 


종이 안경을 널리 배포하기 위해 학교 생활의 필수품인 교과서를 이용했는데요. 학교에서 나눠주는 교과서를 매체로 하여 대도시든 지방의 외딴 지역이든 상관없이 모든 아이들이 시력 검사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은 시력 검사를 통해 그 동안 잘 보이지 않았던 이유가 시력이 나빠졌기 때문이란 것을 알게 되는데요. 학교를 그만두는 것이 아니라 시력 교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것이죠.


 


캠페인 이후, 세이브 더 칠드런의 인지도가 31%에서 43%로 상승했습니다. 이전에는 70%의 사람들이 세이브 더 칠드런에서 교육 관련 활동을 하는지 몰랐다면, 캠페인 이후에는 34%로 줄어들었답니다. 세이브 더 칠드런 만큼이나 산틸라나도 멕시코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졌는데요.  산틸라나의 교과 과정에 관심을 가지는 학교들이 12%나 증가하였습니다. 


이 캠페인은 2016년 칸 국제 광고제에서 PR 부문 골드, 프린트 부문 실버, 프로모션 부문 브론즈를 수상하는 영예도 얻었는데요. 다양한 부문에서 우수한 성과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간단한 과학 원리와 가벼운 소재로 수백만 명의 아이들에게 새로운 비전을 보여주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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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브더칠드런 - Paper Glasses


 


GRAACC – Cartoon Helpline

브라질의 암 치료 후원 단체인 GRAACC와 오길비 브라질이 다시 한번 소아암 환자들을 위해 만화캐릭터를 이용한 캠페인을 진행하였습니다. 이 전에는 머리가 모두 빠진 소아암 환자들을 격려하기 위해 ‘Bald Cartoons’ 캠페인을 기획했다면, 이번에는 만화 캐릭터들이 아이들에게 좀 더 직접적으로 격려해줄 수 있고 행복을 줄 수 있는 캠페인을 진행하였습니다. 바로 아이들에게 만화 캐릭터와의 전화 통화를 시켜주는 것입니다.


 


소아암은 완치가 가능하지만, 치료를 받는 과정이 힘들기 때문에 아이들에게는 많은 격려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이러한 소아암 환자들을 위해 GRAACC와 유명 만화 방송 채널인 카툰 네트워크가 함께 손을 잡았습니다. 



카툰 네트워크에서 방영 중인 인기 만화 캐릭터의 실제 성우들을 모아, 세계 암의 날이 있는 2월 한 달간 콜 센터를 운영한 것이죠. 소아암 환자들은 전화기를 통해 자신이 좋아하는 만화 캐릭터와 전화통화를 하였고, 성우들은 캐릭터의 목소리로 치료기간 동안 치료를 잘 받고 건강해야 한다는 격려의 메시지를 전달하였습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만화를 이용하여 성공적으로 소아암 환자들을 격려해준 본 캠페인은 2015 칸 국제 광고제 프로모션 부문에서 은상을 수상하였습니다. 아이들에게 경험하지 못할 뜻 깊은 경험을 하게 해줌으로써 희망을 갖게 하였고,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최적의 메시지 전달 방법이었죠. 


본 캠페인은 현재까지도 모바일로 운영되고 있으며, 캠페인 기간 동안 GRAACC의 후원 중단자 수는 한 명도 없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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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AACC – Cartoon Helpline